천 년에 한 번

2011년 11월 11일
11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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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에 한 번 돌아오는 날이라지.

그렇게 천 년에 한 번 오는 날 답게
날씨는 좋았고,
달은 환하게 빛나고 공기는 시원하게 맑았다.
고개를 뒤로 젖혀야 꼭대기가 보이는 키가 크고 곧은 나무들은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그냥 밤하늘 아래 그 나무들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그런 나무들이 많은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러면 다친 마음도 낫고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을 텐데.

137분짜리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본 야경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천 년에 한 번 돌아오는 날.
무언가 더 특별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하루 하루 모든 날 모든 순간은 어차피 천 년에, 아니 영원 동안 한 번 뿐인걸.
유일한 순간들은 모두 특별하고 소중하다.
그 마음으로 매 순간을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매 순간을 아쉬움 없이 보내기 위해서 
나는 주변의 상황에 상관 없이 늘 행복을 선택하기로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하고
좋은 생각과 좋은 습관을 자꾸 써서
마치 없던 길을 내는 것처럼 만들어 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전전긍긍하지 않기로.
그렇게 마음을 쓰고 간절히 원하고 고통스러워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너무도 단순한 사실을
천 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그 날에 깨닫게 됐다.
내 몫을 다 했다면 바톤을 넘기자.
그리고 그걸 잠깐 잊은 듯 덮어 두자.
이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니까.
내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니까.

이제 나는 당신과 함께든, 당신 없이든 행복할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
매 순간을 진정 사는 것처럼 살아있기 위해서.

by lullaby | 2011/11/13 01:32 | 일기 혹은 상념 | 트랙백 | 덧글(0)

정정합니다

외로움의 비밀에서
"나는 아무나 덥썩 덥썩 잘 믿고 잘 사랑하고 잘 상처받는다."고 했는데
아니야 지금 와서 보니 말을 잘못 했어. 번복하겠어.

나는 아무나 덥썩 덥썩 잘 믿고 잘 사랑하고 잘 상처받지 않아.
아무나가 아니라고.

하지만
내 마음에 누군가 들어와서 쿡 박혀 버리면,
그래 저 글에서 쓴 것처럼 누군가가 "꽉 깨물어 버린 것 같이" 깊이 들어와 버린 것 같은 그런 사람이 생겨 버리면
그 때부터 대책없어져버려.

기왕 믿을 거 제대로
사랑할 거면 끝까지.

그래서 받는 상처는 내 몫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아무나가 아니라 유일한 그 누군가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털끝만큼이라도
손톱만큼이라도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by lullaby | 2011/09/28 23:30 | 일기 혹은 상념 | 트랙백 | 덧글(0)

어째서

몸에서 나오는 물은 모두 뜨거운가

by lullaby | 2011/08/29 04:26 | 일기 혹은 상념 | 트랙백 | 덧글(0)

무제 110828

내 인생은 왜 이것 밖에 안 되나 왜 이따위인가

누군가는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아껴 줘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가 소중하고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서 고통과 집착이 시작된다고 한다.
행복하기 위해선 자기를 아껴 주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를 완전히 비우고 버려야 하는 건지
자기를 비운 후에 느끼는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맞는 건지
그럼 그 행복은 누가 느끼는 것인지
누구의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지리라는 것을 느낀다.
어째서 그 무수한 세월조차
외로움에 견딜 힘을 키워 주지는 못하는가
외로움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습관
처음 그것을 대하는 사람처럼
외로움 앞에서 나는 서툴기만 하다
어린 시절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방식으로
사람들은 점점 나와 관계 없는 사람들이 되어 간다

외롭다
외롭지 않다
하지만 당신 역시 언젠가 나와 관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면
나는 울고 싶어진다

by lullaby | 2011/08/29 03:27 | 일기 혹은 상념 | 트랙백 | 덧글(0)

당신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데

어떻게 당신을 내 마음에서 지울 수 있는지
어떻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살 수 있는지

당신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유일한 사람인데

by lullaby | 2011/08/20 03:47 | 일기 혹은 상념 | 트랙백 | 덧글(0)

각설탕의 시간

상사는 꼭 각설탕을 하나 남긴다.
내 일의 일부인 찻잔과 남겨진 각설탕 치우기.
각설탕을 치울 때면 나는 습관처럼 그것을 남은 커피나 컵을 씻으려고 채운 물에 넣곤한다.
각설탕은 녹는다.
기다리고 지켜볼 필요도없이.
하지만 각설탕이 물을 끌어당기고 이내 모서리가 무뎌져가며 물 안으로 숨어 들어가는 그 시간,
나는 잠깐을 그 옆에 머무르며 당신 생각을 한다.

당신 생각을 하며 너무도 당연해서 대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건 각설탕이 당연히 녹을 것을 알면서도 굳이 물에 넣어 녹는 것을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
그 대답은 늘 같다.
내게 있어 당신의 존재도,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도 늘 그렇듯이.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각설탕이 녹는 것을 지켜본다.
각설탕이 녹는 그 고요한 변화의 시간만큼
그리고 그 변함 없는 당연한 순간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by lullaby | 2011/08/02 02:08 | 일기 혹은 상념 | 트랙백 | 덧글(0)

헛된 희망은 버리되 어쨌거나

새해 첫 월요일인 오늘
하루 종일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채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마음이 아프니까 가슴도 덩달아 아프다.
이것은 떨칠 수 없는 고통,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또 안다.
사랑함으로써 내가 강해졌다는 것을
여전히 사랑함으로써 내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한없이 약해졌다는 것과
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것을 잘 견디고 나면
나는 어떻게든지 또 자라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당신이,
당신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신이 내게, 그리고 그 사람에게 보여 준 웃음이,
당신의 다정함과 따뜻함이
지금 이 가슴 한 켠을
자꾸만 푹푹 찌르고 저미는 듯이 아파도
결코 지금 여기서 도망쳐서도,
되도 않는 합리화를 하며 거짓 위로를 해서도
당신을 만나고 사랑했던 것을 후회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by lullaby | 2011/01/04 00:39 | 일기 혹은 상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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